
1. 영화 '시민덕희' 줄거리
‘덕희’는 상가 화재로 집을 잃고, 일하던 세탁 공장에서 지내며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가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손 대리’라는 사람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전 재산을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당하고 만다. 충격에 빠진 덕희는 경찰서에 신고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박 형사‘는 보이스피싱 사건이 워낙 많고, 해외에 있는 조직을 수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던 중, ’덕희‘는 ‘손 대리’와 다시 얽히게 된다. 자신을 ‘손 대리’라고 소개했던 ’재민‘은 사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에서 일하던 내부자였다. 그는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갔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감금당한 채 강제로 보이스피싱 일을 하게 된 피해자였다. 그곳에서 더 이상 버티기 버거웠던 ’재민’은 자신이 사기 친 피해자 중 한 명인 ‘덕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조직의 내부 정보를 넘긴다. 그러나 ‘박 형사’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단서만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며 이번에도 수사를 미루려 한다.
이에 ‘덕희’는 ‘재민’에게 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했고, ‘재민’은 조직 내에서 신뢰를 얻으며 조직의 내부 사진과 더불어 이전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확보해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덕희’는 직접 중국으로 넘어가 조직의 본거지를 찾아 나선다. 한편, ‘박 형사’도 ‘덕희’가 보낸 자료를 분석하며 이 정보들이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하고, 팀장을 설득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덕희’는 함께 간 회사 동료들과 힘을 합쳐 보이스피싱 조직의 본거지를 찾아내고, 수많은 방해 끝에 조직의 총책인 ‘오명환’과 마주하게 된다. ‘오명환’은 ‘덕희’에게 사기당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줄 테니 이만 포기하라고 회유하지만, ‘덕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이어진 대치 속에서 ‘덕희’는 ‘오명환’에게 맞으면서도 끝까지 그를 붙잡고 버텼고, 마침내 ‘박 형사’와 중국 공안이 도착해 그를 검거한다. 체포된 ‘오명환’은 거액의 합의를 요청하지만, ‘덕희’는 끝까지 이에 응하지 않고 정의를 선택한다.
2. 보이스피싱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 수는 줄었지만, 그 피해 금액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피해액은 약 1,965억원(금감원 자료 기준)으로, 전년보다 35.4%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사람이 69.9%나 늘어나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범죄 수법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전화 사기였지만, 최근에는 AI 음성 변조, 가짜 공문서, 악성 앱 설치 유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긴급한 상황을 연출하는 AI 음성 사기, 정부 기관을 사칭해 가짜 공문을 보내 협박하는 방식, 그리고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금융 정보를 탈취하는 스미싱 방식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조직을 경찰이 검거하기는 쉽지 않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활동하며, 국가 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아 추적이 쉽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범죄 수법이 계속 진화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대응책도 함께 발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3. 총평
비행기 안에서 가볍게 볼 영화를 찾다가 시민 덕희를 골랐는데, 보는 내내 답답함이 몰려왔다. 사기를 당한 덕희도 절박했겠지만, 경찰의 무기력한 태도는 더 답답했다. 피해자가 신고해도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경찰은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얼마나 막막할지 실감이 났다.
영화에서처럼 보이스피싱을 해외 조직과 연계된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다. 조직은 국가 간 협조의 어려움을 악용해 법망을 피하고, 경찰도 실질적으로 손을 쓸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전담할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수사는 우선순위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고, 복잡한 보고 체계와 승인 절차까지 더해지면서 수사 착수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가 신고해도 “이런 사건은 너무 많다”, “수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나에게 걸려왔던 보이스피싱 전화가 떠올랐다. 문자는 그냥 무시했지만, 한 번은 검사실을 사칭하는 전화가 와서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위협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예예, 알겠습니다”라고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보이스피싱라는 걸 쉽게 눈치챘지만, 나이가 많거나 금융 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충분히 속을 수 있을 것 같다. 보이스피싱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경찰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이 경각심을 갖고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시민 덕희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공권력이 닿지 않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