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리뷰] '헬프',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by 오챠챠 2025. 2. 27.
영화 '헬프' 포스터


1. 영화 '헬프' 줄거리

 1960년대 미국 미시시피, 유색인종과 백인의 삶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흑인 여성들은 백인 가정에서 가정부(Help)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도맡았지만, 정작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존중이 아닌 차별이었다.
 주인공 '스키터'는 작가를 꿈꾸는 젊은 백인 여성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잭슨으로 돌아온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을 키워준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스키터의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그녀 역시 비슷한 길을 가길 기대받았지만, 스키터는 글을 쓰고 싶었고 흑인 여성들의 현실을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흑인 가정부들이 이를 허락할 리 없었다.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곧 해고당하거나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용기를 낸 첫 사람이 나타났다.
 헬프 '에이블린'은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흑인 가정부다. 정성껏 그들의 아이를 보살폈으나 정작 본인의 아이는 보살피지 못하게 됐다. 아들이  젊은 나이에 사고로 죽었는데, 백인 상사가 그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또다른 헬프 '미니'는 성격이 강하고 말이 직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종종 해고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특히 미니의 전 고용주 '힐리'는 흑인 가정부들은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쓰면 안 된다는 법안을 추진하고 또 이루고야 만 대표적인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러나 그녀는 곧 자신을 '흑인' 헬프가 아니라 가정부로만 생각하는 고용주를 만나게 된다.
 이 둘을 이후로 수많은 헬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흑인이 백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차별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키터는 마침내 책 "헬프(The Help)"를 출간했다. 책은 익명으로 발간되었지만, 내용이 공개되자 잭슨의 백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이것이 당장 인종차별을 없애지는 못했다. 미니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살아갔고, 에이블린은 또다시 새로운 가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스키터는 결국 뉴욕으로 떠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에이블린 역시 자신을 위한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며, 오랜 시간 섬겨온 백인 가정을 떠난다.

2. 시대적 흐름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은 남부에서 100년 넘게 지속된 차별법으로, 흑인과 백인을 강제로 분리하고 차별하는 제도였다. 짐 크로우라는 이름은 1820~30년대 백인 배우가 흑인을 조롱하는 캐릭터에서 유래했으며, 이후 인종차별 법의 상징이 되었다. 이 법이 더욱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1896년 미국 대법원의 '플레시 vs 퍼거슨' 판결 때문이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했고, 이때 나온 개념이 바로 "Separate but Equal (분리하되 평등하다)"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등하지 않았고, 차별만 강화되었다. 
 짐 크로우 법이 지속된 또 다른 이유는, 짐 크로우 법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흑인들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사회적 억압 구조 때문이었다. 남부에서는 KKK같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이 흑인들을 위협하고 폭행했으며, 흑인이 투표하려 하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흑인을 도와주는 백인들도 협박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흑인들은 법적으로 "자유"를 얻었어도 실제 삶에서는 백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북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짐 크로우 법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차별은 여전했다.
 흑인들은 100년 넘게 이런 차별을 겪어왔고, 1950-6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이 일어났다. 영화 "헬프"의 배경인 1963-64년은 민권운동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다. 1964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을 통과시키면서 짐 크로우 법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럼에도 미국 남부, 특히 미시시피나 앨라배마 같은 주는 여전히 심한 차별이 남아 있었다. 흑인들은 법적으로는 자유로웠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백인들의 아래에서 일하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있었다. 

3. 총평

얼마 전, 알고리즘의 유혹으로 영화 "헬프"를 다시 보게 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흑인들의 위생을 문제 삼아 그들과 백인들의 화장실을 따로 두면서도, 그들이 만든 음식은 아무렇지 않게 먹고, 백인 아이들을 키우도록 맡기는 것은 어떻게 용납되었을까? 이런 모순적인 차별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흑백 차별이 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인종, 계층, 성별에 따른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과거 인종차별 문제로 인해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더욱 활발해졌고, 아시아인 혐오 범죄 역시 끊이지 않는다. 흑인들이 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단순한 신체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기회가 제한된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차별과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영화계가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에는 백인 중심의 캐스팅과 수상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의 영향으로 다양한 인종과 성별이 영화 속에서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균형이 중요한 시점이다. PC 요소를 너무 강조하면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본래 이야기의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
 영화 영화 "헬프"는 단순한 인종차별 영화가 아니다.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신념과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과거의 차별과 변화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균형을 고민하며 보다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